초록

언주는 고시원의 밤이 끔찍하다. 주말총무를 맡아 보며 공짜로 살고는 있지만, 볕도 안 드는 쪽방에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그녀의 웰빙 욕구를 끝없이 자극한다. 고향 친구 은성의 구애도 물정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. 철들면서부터 모아온 적금을 털어 이제 겨우 제 방을 마련할 참이라,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평일에는 매일 수십 개의 초인종을 누르며 실적관리를 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. 오늘도 큼직한 학습지 가방을 메고 문전박대만 당하던 그녀는, 어느 골목 끄트머리에서 대문 열린 빈 집을 발견한다.